不狂不及

2012. 8. 10. 10:45

 

 

 

1

 

조선의 18세기는 이런 광기로 가득 찬 시대였다.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修己治人, 즉 자기가 떳떳해야 남앞에 설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는 毋自己 공부, 마음이 달아나는 것을 막는 求放心 공부에 힘을 쏟았다.

 

이런 것이야 시대를 떠나 누구나 닦아야 할 공부니까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물에 대한 탐구는 玩物喪志,사물에 몰두하면 뜻을 잃게 된다고 하여 오히려 금기시했다.

 

格物致志 공부를 강조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사물이 아니라 앎이,바깥이 아나라 내면이 최종 목적지였다.

 

이런 흐름이 18세기에 오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다.

세상은 바뀌었다.지식의 패러다임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왔다.

 

이 시기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마니아들의 존재는

이 시기 변모한 지적 토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가짜다.

 

잊는다(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을 해서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지, 출세에 보탬이 될지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냥 무조건 좋아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다는 말이다.

 

붓글씨나 그림, 노래 같은 하찮은 기예도 이렇듯 미쳐야만 어느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다.

 

그러니 그보다 더 큰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깨달음에 도달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미쳐야 할 것인가?

 

순 가짜들이 그럴듯한 간판으로 진짜 행세를 하고...

근성도 없는 자칭 전문가들이 기득권의 우산 아래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가짜다.

진짜 앞에서 가짜는 몸 둘 곳이 없다. 설 땅이 없다.

 

그것이 싫어 가짜들은 패거리로 진짜를 몰아내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다.

 

 

 

- 미쳐야 미친다 중에서 -

 

2005/07/05 11:51

from My Memory, Paran